정신분석의 주요 개념과 성격 이론 ②
2) 마음의 지형학적 모델: 무의식의 세계
본래 신경과 의사였던 Freud는 신체적 손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신체 일부의 마비 증상을 나타내는 히스테리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이러한 증상이 심리적 요인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환자들은 자신의 증상이 왜 어떤 이유로 생겨났는지에 대한 자각이 전혀 없었다. 그 이유는 환자 자신도 알지 못하는 무의식 세계가 존재하며 그 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활동이 증상의 원인이기 때문이다. 자유연상과 꿈 분석을 통해 무의식의 존재와 기능을 인식한 Freud는 자기 생각을 체계적인 이론으로 정리하여 발표하였다. 그는 1900년에 발표한 『꿈의 해석』에서 인간의 정신세계를 의식, 전의식, 무의식으로 구분하는 지형학적 모델(topographical model)을 제시했다.
이 모델에 따르면, 인간의 심리적 경험은 의식적 접근의 가능성을 기준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수준으로 구분할 수 있다. 그 첫째는 의식 수준(conscious level)으로서 항상 자각하고 있는 지각, 사고, 정서 경험을 포함한다. 이러한 의식적 경험은 인간의 정신세계에 있어서 극히 일부분에 해당한다. 정신세계라는 거대한 빙산에서 수면으로 떠오른 일부가 의식적 경험에 해당한다. 둘째는 전의식 수준(preconscious level)으로서 평소에는 의식하지 못하지만 약간의 노력을 기울이면 쉽게 의식으로 떠올릴 수 있는 기억과 경험을 의미한다. 전의식은 무의식의 내용을 의식으로 연결하는 교량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무의식 수준(unconscious level)은 자각하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쉽게 의식되지 않는 다양한 심리적 경험을 포함한다. 이러한 무의식은 수용되기 어려운 성적 욕구, 폭력적 동기, 부도덕한 충동, 비합리적 소망, 수치스러운 경험과 같이 의식에 떠오르면 위협적인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에 억압된 욕구, 감정, 기억의 보관소라고 할 수 있다. Freud는 정신세계를 빙산에 비유하면서 [그림 2-1]과같이 그 대부분은 무의식의 수면 아래 잠겨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무의식은 의식에 잘 떠오르지 않지만 개인의 생각과 행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마음의 지형학적 모델은 무의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신장애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인간 행동의 대부분이 무의식 속에 존재하는 심리적 요인에 의해서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신분석 치료의 핵심은 무의식 속에 억압되어 있는 심리적 내용을 찾아내어 의식화하는 것이다. Freud에 따르면, 꿈은 무의식에 이르는 왕도이다. 꿈 해석은 무의식을 이해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서 꿈의 내용 속에 은밀하게 담겨 있는 무의식적 욕구, 소망, 갈등을 발견하는 것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심리적 증상을 비롯하여 일상적인 실수, 망각, 농담에도 무의식의 소망과 갈등이 위장되어 나타난다. 환자에게 꿈을 비롯하여 그의 다양한 행동과 경험을 정밀하게 검토하여 무의식의 소망과 갈등을 의식화하도록 돕는 것이 정신분석의 핵심이다.
그런데 인간의 무의식 세계는 매우 복잡하고 다층적이어서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무의식 세계에는 개인의 심리적 경험 중에서 자각될 경우 불쾌하거나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것들이 억압되어 저장된다. 과거 경험은 의식되지 않는다고 해서 영원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 속에 남아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무의식에 저장된 심리적 요소들은 일치성이나 상충성에 따라 서로를 촉진하거나 억제하는 역동적인 관계를 지니는데, 이를 정신역동(psychodynamics)이라 한다. 개인의 행동은 다양한 무의식적 요소 간의 타협과 절충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인간의 무의식 세계는 과거의 수많은 기억과 억압된 경험들이 축적되어 있는 심리적 지하의 어두운 저장소인 동시에 다양한 심리적 요인들이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경쟁하고 타협하는 심리적인 지하 공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무의식 세계의 구조와 작동 원리를 밝히는 것이 Freud의 주된 관심사였다.
3) 성적 추동: 마음을 움직이는 원동력
Freud는 인간의 마음, 특히 무의식 세계를 움직이는 가장 근원적인 동력을 규명하고자 했다. 그는 자기분석과 임상경험에 근거하여 무의식을 움직이는 원동력은 추동(drive), 즉 내면적인 욕망과 충동이라고 생각했다. 추동은 개인을 어떤 방향으로 몰아가는 내면적인 힘으로서 무의식적인 심리적 과정을 통해서 개인의 행동과 증상에 영향을 미친다. Freud는 이러한 추동의 본질을 밝히고 추동이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무의식적인 과정을 규명하는 것이 정신분석의 주된 과제라고 생각했다.
추동(趨動, drive)은 정신분석 이론의 가장 핵심적인 개념으로서 인간이 출생 초기부터 지니고 있는 생물학적인 욕구를 의미한다. Freud는 추동을 숨쉬기, 먹기, 마시기, 배설하기와 같은 행동을 유발하는 자기 보존적 추동(self-preservative dive)과 성적인 쾌락과 행동을 추구하는 종 보존적 추동(species-preservative drive)으로 구분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쉽게 충족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억압되는 성적인 추동(sexual drive)을 무의식 세계의 주된 동력이라고 생각했으며 이러한 성적인 에너지를 리비도(libido)라고 지칭했다.
Freud에 따르면, 인간이 나타내는 대부분의 행동은 근원적으로 성적인 추동에 의한 것이며 그러한 추동이 사회적으로 수용될 수 있는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난 것이다. 그는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는 가장 중요한 동력을 성욕이라고 보았다. 1905년에는 성욕 이론에 관한 세 가지 에세이를 통해 어린아이에게도 성욕이 있다는 유아기 성욕설을 제시했다. 이러한 주장은 당시에 종교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으로부터 비난과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임상경험과 자기분석 그리고 많은 문화적 현상의 관찰을 통해서 확신한 진실을 불굴의 의지로 정직하고 용기 있게 주장한 것은 Freud의 위대한 면모 중 하나이다. 이처럼 성적 추동을 중심으로 체계화한 그의 주장들을 '추동 심리학'이라고 부르며 '리비도 심리학(libido psychology)' 또는 '원초아 심리학(id psychology)'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1919년에 발발한 제1차 세계대전과 둘째 딸의 사망을 경험하면서, Freud는 성적인 욕구뿐만 아니라 공격적인 욕구가 매우 보편적이고 강력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1920년에 『쾌락의 원리를 넘어서』를 통하여 자기 소멸과 파괴를 향한 죽음 본능(Thanatos)에서 유래하는 공격적 욕구를 인간의 근원적 추동으로 제안했다. 삶의 본능인 성욕과 죽음의 본능인 공격욕이 인간의 주된 두 가지 욕구라는 이러한 주장은 '이중 본능 이론(dual instincts theory)'이라고 불린다. 성욕과 공격욕은 서로 충돌하여 갈등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유아가 엄마의 젖을 빨면서 씹거나 깨무는 것은 이 두 가지 욕망이 함께 작동하는 결과로써 사랑과 미움 그리고 애착과 공격을 함께 표현하는 행위로 이해될 수 있다.
- 출처, 권석만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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