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심리치료와 상담의 기본요소 ③
2) 심리치료자
(3) 심리치료자의 윤리
심리 치료자와 상담자는 내담자와 개인적인 관계를 맺고 소정의 치료비를 받으며 그의 매우 사적인 경험을 취급하기 때문에 다양한 윤리적인 문제에 빠져들 수 있다. 예컨대, 치료자는 자신의 치료 능력을 과장하여 무책임한 태도로 치료에 임하거나 과도한 액수의 치료비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욕구 충족을 위해서 내담자를 이용하거나 내담자와 부적절한 성적인 관계를 맺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심리치료와 상담 전문가 자격을 관리하는 단체나 학회는 엄격한 자격 심사 과정을 통해서 내담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에게만 자격증을 부여할 뿐만 아니라 전문가 활동에 대한 윤리적 감독을 하게 된다.
심리치료자와 상담자는 내담자의 안녕과 복지를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 한다. 심리치료자와 상담자가 지켜야 할 윤리적 지침은 관련 단체마다 매우 구체적으로 명시하여 공개하고 있다. 그 주된 내용을 몇 가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① 심리 치료자는 전문가로서 자기 능력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격이 주어진 상담 활동만을 하는 동시에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의 습득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② 심리 치료자는 자신의 가치관, 신념, 제한점 등이 치료 활동에 미칠 영향을 자각하고 치료 목표와 치료 방법 그리고 한계점 등을 내담자에게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③ 심리 치료자는 사회의 윤리와 도덕 기준을 존중해야 하며 내담자의 인격을 존중하고 자신의 개인적 욕구 충족을 위해서 내담자를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④ 치료비용을 책정할 때는 내담자의 재정 상태와 개인적 상황을 고려해야 하며, 만약 책정된 치료비가 내담자에게 적절치 않을 경우에는 가능한 비용으로 적합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줌으로써 내담자를 돕는다.
⑤ 심리 치료자는 자신의 방식과 다른 전문적인 치료적 접근을 존중해야 하며, 함께 일하는 다른 전문적 집단의 전통과 실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⑥ 심리 치료자는 객관성과 전문적 판단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중관계(예: 가까운 친구, 친인척, 직장 동료와의 상담)를 피해야 하며 내담자와의 관계에서 상담료 이외의 어떤 금전적, 물질적 거래관계도 맺어서는 안 된다.
⑦ 심리 치료자는 내담자와 어떠한 종류이든 성적인 관계를 피해야 한다.
⑧ 심리 치료자는 사생활과 비밀 유지에 대한 내담자의 권리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
심리 치료자는 내담자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혹과 함정에 빠져들 수 있다. 심리 치료자는 이러한 유혹과 함정을 인식하고 전문가로서의 윤리적 지침을 준수하기 위한 자기관리에 철저해야 한다.
★심리치료와 약물치료
현재 정신장애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심리치료와 약물치료이다. 약물치료는 한국의 경우 정신건강 전문가 중 정신과 의사들만이 사용할 수 있다. 약물치료(drug therapy)는 생물 의학적 이론에 근거한 치료법으로서 뇌 중추신경계의 신경전도 물질에 영향을 주는 화학물질, 즉 약물을 통해서 증상을 완화하는 방법이다. 1950년대 이후 향정신성 약물의 급격한 개발이 이루어져 현재는 다양한 약물이 정신장애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약물치료는 여러 가지 부작용이 따른다는 약점을 지니고 있으나 최근에는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여러 가지 약물이 개발되고 있다. 예컨대, 프로작(Prozac)은 신경전도 물질인 세로토닌 재흡수를 선택적으로 억제하여 우울 증상을 완화하는 화학물질인 플루옥세틴(Fluoxetine)의 상표명으로서 우울증 치료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약물치료는 환자의 입장에서 커다란 노력 없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경제적인 치료 수단이다. 또한 조현병이나 조울증과 같은 심각한 정신장애의 경우에는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약물치료는 여러 가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첫째, 모든 심리적 장애가 약물치료에 의해서 호전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성격장애를 비롯한 일부 장애의 경우에는 치료약물이 개발되어 있지 않으며, 약물치료에 가장 좋은 반응을 나타내는 우울증의 경우에도 일부 환자들은 약물치료에 의해서 도움을 받지 못한다. 이처럼 약물치료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심리적 문제와 장애는 매우 많다. 둘째, 상당수의 사람은 약물치료를 원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약물치료의 크고 작은 부작용으로 인해서 약물치료 중단하게 된다. 일부 사람들은 심한 증상을 지니고 있더라도 자신의 정신세계가 화학물질인 약물에 의해서 영향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또한 향정신성 약물은 필연적으로 크고 작은 부작용을 유발하기 때문에 증상은 완화되어도 다른 심리적·신체적 기능이 악화하는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 셋째, 심리적 문제와 증상을 약물치료에 의존하게 되면 결국 환자 스스로 심리적 방법을 활용하여 문제에 대처하는 능력을 학습하지 못하거나 그러한 능력이 손상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약물치료를 받은 환자들은 증상이 재발하여 약물치료를 반복적으로 받게 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약물치료의 가장 근본적인 한계는 약물치료가 증상을 완화할 뿐 심리적 장애의 원인을 치료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예컨대, 대인 기술의 부족이나 피해 의식적인 사고 경향 때문에 인간관계가 고립되어 반복적으로 우울증에 빠지는 사람의 경우, 항우울제를 복용함으로써 침체한 기분과 의욕 상실로부터 어느 정도 회복될 수는 있으나 대인 기술과 피해의식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약물치료는 증상을 완화함으로써 심리적 문제를 개선하고 문제의 악화를 방지하는 데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다. 예컨대, 심한 무기력감과 의욕 상실의 우울 증상을 지닌 사람의 경우, 학업이나 직업과 같은 현실적인 과제를 수행하지 못하고 대인관계를 회피함으로써 문제상황이 더욱 악화할 수 있다. 이 경우에 약물치료는 우울 증상을 호전시킴으로써 최소한의 현실적인 과제를 수행하고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우울 증상을 앓게 된 심리적 원인을 밝혀 치유하지 않는 한 항상 재발의 위험이 있을 뿐만 아니라 치유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심리치료와 약물치료는 각기 다른 장점과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어떤 치료를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최종적으로 심리적 문제를 지닌 사람의 판단에 달려 있다. 어떤 치료법도 만병통치적인 것은 아니다. 심리치료와 상담 전문가들도 약물치료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지닐 필요가 있다. 현실판단력이 현저하게 저하되어 있거나 생물학적 원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정신장애(예: 조현병, 양극성 장애 등)의 경우에는 입원 치료와 더불어 약물치료가 필수적이다. 또한 현실적응을 훼손할 수 있는 심각한 증상을 지니고 있어서 신속하게 증상을 완화할 필요가 있거나 심리치료를 통해 호전되기 어려운 조건을 지닌 내담자의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받거나 심리치료와 병행하도록 권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부분의 심리적 문제와 증상은 개인의 변화와 성장을 요구하는 신호라고 할 수 있다. 즉, 심리적 고통과 증상은 심리적 성장을 위한 진통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 삶의 방식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며 좀 더 효율적인 새로운 변화와 성숙을 촉구하는 지혜로운 마음의 표현이다. 심리치료는 이러한 심리적 변화와 성장을 돕는 전문적 활동이다. 약들은 증상을 완화할 수 있으나 인간을 성숙시킬 수는 없다. 심리치료는 내담자와의 신뢰 관계 속에서 내담자로 하여금 자신의 마음을 바라보며 성찰하게 함으로써 좀 더 행복한 삶을 위한 노력을 통해 성장하도록 돕는 전문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 출처, 권석만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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