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현대 심리치료의 발전사
19세기에 이르기까지 고대의 귀신론이 일반인들에게 널리 퍼져 있었으며, 의료인들도 주로 신체적 원인론(somatogenesis)에 기초하여 정신장애를 이해하고 치료하였다. 그러나 19세기에 들어서 정신장애가 심리적 원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는 심리적 원인론(psychogenesis)이 제기되었다. 1879년에는 독일의 Wilhelm Wundt가 라이프치히 대학에 심리학 실험실을 설립하며 인간의 심리적 현상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연구하면서 현대 심리학의 효시를 이루었다. Wundt는 인간의 심리적 특성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방법뿐만 아니라 심리적 고통을 감소시키는 초보적인 치료 방법을 개발하려고 시도하였다.
현대의 심리치료가 시작된 것은 19세기의 유럽에서였다. 인류사에서 본격적인 심리치료를 시도한 최초의 인물은 정신분석(poychoanalysis)을 창시한 Sigmund Freud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정신장애를 과학적인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설명하는 정신분석 이론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정신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 최초의 인물이다. 현대의 심리치료 이론은 대부분 Freud가 게시한 정신분석으로부터 파생되었거나 그에 대한 반발로 생겨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때 Freud와 함께 정신분석학회를 이끌던 Carl Jung 과 Alfred Adler는 각자 독립적인 이론 체계를 구축하여 분석심리학(analytic psychology)과 개인심리학(individual psychology)을 제창하고 그에 근거한 치료 방법을 제시했다. 정신분석 치료를 비롯하여 무의식의 심리적 역동을 강조하는 다양한 심리치료들은 정신 역동적 치료(psychodynamic therapy)로 분류되고 있다.
한편, 미국에서는 William James에 의해서 과학적 심리학이 주창되었으며 1896년에는 Lighter Witmer가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에 최초의 심리 클리닉을 설립하여 학습장애와 행동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치료 활동을 시작했다. Witmer는 임상심리학(clinical psychology)이라는 용어를 최초로 사용했으며 치료적 목적을 위해서 심리학의 지식과 방법을 활용하고자 했다. 1920년대에는 행동주의 심리학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학습이론에 근거하여 문제행동을 치료하는 행동치료(behavior therapy)가 대두되었다. B. P. Skinner, Joseph Wolpe, Hans Eysenck와 같은 인물에 의해서 행동치료가 발전되었으며 정신분석 치료의 대안으로 떠오르게 되었다.
1950년대까지 심리치료 분야에서는 정신분석과 행동치료가 두 축을 이루며 발전했다. 그러나 1950년에 들어서 인간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을 지니는 인본주의 심리학이 제3의 심리학으로 등장했다. Carl Rogers는 인간 중심 치료(person-centered therapy)를 제시하면서 심리치료 분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이와 더불어 Rollo May와 Victor Frankl의 영향으로 실존주의 치료(existential therapy)가 발전하였으며 Fritz Pearls는 게슈탈트 치료(Gestalt therapy)를 제창하였다. 이러한 인본주의-실존주의적 심리치료는 무의식보다 의식적인 경험을 더 중시할 뿐만 아니라 진실하고 공감적인 치료관계를 강조하는 지지적인 치료 방법을 제시하였다.
1950년대의 또 다른 변화는 인지심리학의 발전과 더불어 인지에 초점을 맞추는 치료 방법들이 개발되었다는 점이다. Albert Ellis는 합리적 정서 치료(RET: rational emotive therapy)를 제시했으며 Aaron Beck은 인지치료(cognitive therapy)를 제안하였다. 1960년에는 William Glasser가 현실치료(reality therapy)를 제시하였다. 인지 변화에 초점을 맞춘 이러한 치료법들은 1970년대에 행동치료와 접목되면서 인지행동치료(CBT: cognitive behavior therapy)라는 커다란 치료적 흐름으로 발전하였다.
정신장애를 치료하는 심리치료는 본래 정신과 의사들의 주된 분야였다. 그러나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의 심리학자들은 퇴역 군인의 재활을 돕기 위한 심리치료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에 임상심리학이 독자적인 학문 분야로 인정되었으며 1919년에 미국심리학회의 제12분과로 임상심리학 분과가 출범하였다.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정신분석 치료에 참여하는 유럽과 달리, 미국의 정신분석 치료자들은 의사들만이 정신분석을 할 수 있다는 배타적인 입장을 취했다. 임상심리학자인 Carl Rogers는 정신분석 치료의 대안으로 인간 중심 치료를 제시하면서 자신의 치료 활동을 '카운슬링(counseling)'이라고 지칭하였다. 그동안 응용심리학 등으로 명칭을 바꾸어오던 미국심리학회의 제17분과가 1952년에 상담심리학 분과로 개칭하면서 상담심리학이라는 학문 분야가 공식적으로 태동하였다. 현재 미국의 경우, 임상심리학과 상담심리학은 심리치료와 상담 활동을 전문적으로 시행하는 가장 중심적인 학문 분야로 발전하였다.
1970년대에는 가족치료(family therapy) 또는 체계 치료(systems therapy)라는 새로운 치료적 접근법이 제시되었다. 가족치료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기존의 치료와 달리 가족 전체의 체계와 역동에 초점을 맞춘다는 점에서 매우 새롭고 획기적인 치료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아울러 명상법과 불교가 서양 사회에 전파되면서 의식의 변형과 인간의 영적인 측면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는 자아 초월 심리학(transpersonal psychology)이 발전하였다. Ken Wilber는 다수의 저술을 통해서 자아 초월 심리학의 이론 체계를 발전시켰으며 최근에는 그의 이론에 근거한 통합적 심리치료(integral psychotherapy)를 제시하였다.
- 출처, 권석만 <현대 심리치료와 상담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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